스테이블코인, 범죄 악용 넘어 자본유출 통로로?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익명성과 국경을 넘는 특성은 오히려 금융범죄와 자본유출의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신현송 경제보좌관은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통제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각국의 대응 필요성을 경고했습니다. 본 기사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과 BIS의 대응 방향,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의 움직임을 정리합니다.

스테이블코인 금융범죄
스테이블코인 금융범죄

1. 스테이블코인 확산, 금융범죄와 자본유출의 ‘이중 그림자’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돼 변동성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글로벌 결제와 송금, 투자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을 제치고 전 세계 가상자산 범죄 거래에서 63%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익명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개인지갑은 자금세탁, 마약·무기 거래, 불법 온라인 서비스 결제 등 범죄 활동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 규제가 엄격한 신흥국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 해외 거래소 → 현지 화폐’**로 환전하는 방식이 자본 유출의 통로로 사용됩니다. 기존 외환거래법이나 금융감독 체계로는 이 흐름을 실시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경로는 합법적 송금과 불법 거래가 뒤섞여 있어, 국가 차원에서 규제하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이라는 장점 뒤에 범죄와 자본유출이라는 이중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2. 통화주권 약화와 외환시장 교란 우려

신현송 BIS 보좌관은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통화제도를 우회하면서 외환시장에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한국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해외에서 달러 기반 코인으로 교환된다면, 이는 곧바로 자본 유출 경로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할 때 국민들이 법정통화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며, 국가 경제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통화주권이 약화되면 환율 급등락, 외환보유액 감소,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연쇄적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BIS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각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마련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에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3. BIS·한국은행의 대안, CBDC와 토큰화 결제 프로젝트

이 같은 우려 속에서 BIS와 각국 중앙은행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유망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로, 거래 투명성이 높고 국가 금융 시스템과 연동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BIS와 협력해 ‘프로젝트 한강’을 추진 중입니다. 이는 상업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블록체인 상에서 결제에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자금 흐름을 중앙은행이 실시간 관리할 수 있게 합니다. 더불어 BIS는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다국적 은행과 함께 국가 간 토큰 기반 결제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신현송 보좌관은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CBDC와 토큰화 결제망은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통화의 단일성과 금융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 지갑에 합법적 사용 점수(Legitimacy Score)를 부여하는 새로운 규제 방식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금세탁 방지(AML)와 테러자금 차단(FATF 기준)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결 론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이라는 혁신적 장점 덕분에 글로벌 금융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범죄 악용과 자본 유출, 통화주권 약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BIS와 한국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CBDC와 토큰화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대안으로 평가됩니다. 각국은 기술 발전에 따른 금융 혁신을 수용하면서도, 범죄와 자본 유출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결국 규제와 혁신의 균형 위에서 결정될 것이며, 이는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글로벌 금융질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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