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풍력 기업, 韓 프로젝트 인력 잇따라 축소

해상풍력 산업이 글로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프로젝트에서는 오히려 인력 축소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연평균 13% 성장을 기록하며 2040년까지 1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내 프로젝트의 인력 감축은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움직임은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책적 불확실성, 인허가 지연, 지역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 해상풍력단지
한국 해상풍력 단지

해상풍력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 시장의 격차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으며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3년 기준 전체 풍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3%까지 올랐다. 이는 2015년 2.8%, 2020년 4.8%와 비교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수치다.

그러나 한국의 해상풍력 시장은 글로벌 트렌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프로젝트 진행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와 인력 운용에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해외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국내 사업 기반 기업들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 활성화가 글로벌 트렌드보다 한 박자 늦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력 축소의 주요 원인과 배경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의 한국 프로젝트 인력 축소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정책적 불확실성이다. 해상풍력특별법안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등 관련 법령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사업자들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허가 과정의 복잡성과 지연도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해양환경 영향평가, 어업인 동의, 지자체 협의 등 다단계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특히 어업인들과의 갈등 해결이 지연되면서 프로젝트 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의 성숙도가 글로벌 기업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한국이 해상풍력 파운드리를 갖춘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사업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미래 전망과 과제

현재의 인력 축소 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12GW 보급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약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의미한다. 또한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개발과 동해 지역 프로젝트 확대 등 새로운 성장 동력도 마련되고 있다.

에퀴노르(Equinor)의 800MW 규모 반딧불이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몇 년 내에는 인력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한국의 조선업 기술력이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어업인과의 상생 방안 마련과 지역 사회와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 공급망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두산에너빌리티, SK오션플랜트, LS전선 등 주요 기업들이 해상풍력 원팀을 구성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부품과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지속되어야 한다.

결국 현재의 인력 축소는 일시적인 조정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격 가동되면,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의 한국 시장 재진입과 인력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협력과 제도 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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