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XBRL 재무보고서 46.9% 오류 발생, 전자공시 시스템의 신뢰성 위기

디지털 시대 금융정보 공시의 핵심 인프라인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기반 재무공시 제도가 정작 국제 규격을 충족하지 못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최근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우리나라 전자공시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국제XBRL본부가 인증한 코어 유효성 검사 도구를 통해 국내 전자공시시스템에 입력된 XBRL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6.9%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는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의 재무정보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XBRL 오류의 현황과 원인,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전자공시 시스템의 신뢰성 위기
전자공시 시스템의 신뢰성 위기

XBRL 오류 현황, 절반에 가까운 보고서가 표준 미달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주석 사항을 XBRL로 제출한 보고서 가운데 1681건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46.9%의 오류율은 전자공시 시스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시사합니다.

XBRL은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읽고 분석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국제 규격으로, 투자자들이 기업 간 재무제표를 쉽게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핵심 도구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장기업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의 절반 가량이 이러한 국제표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시스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오류로 인해 투자자들이 정확한 기업 분석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재무제표 데이터의 표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동화된 분석 도구나 비교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아 투자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XBRL 재무공시 제도의 확대와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중소형 상장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산 5천억원 미만 상장사의 XBRL 주석 상세공시 제출 빈도를 연 2회로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근본적인 품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류 발생 원인 분석, 시스템과 운영의 복합적 문제

XBRL 보고서의 높은 오류율은 여러 복합적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업 내부의 XBRL 작성 역량 부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XBRL은 일반적인 재무제표 작성과는 다른 전문적 지식과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데,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나 시스템 구축 없이 의무 제출에만 급급한 상황입니다.

둘째, 국내 전자공시 시스템 자체의 검증 체계 미흡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현재 시스템은 기본적인 형식적 오류는 잡아낼 수 있지만, 국제표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있는 보고서도 그대로 공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기업들의 XBRL 시스템 투자 부족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 상장사들의 경우 XBRL 전문 인력 확보나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어, 품질보다는 의무 이행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국내 회계 기준과 XBRL 국제표준 간의 괴리도 오류 발생의 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회계 관행이나 공시 요구사항이 국제표준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서 변환 과정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해결 방안과 전망, 체계적 개선 방향 모색 필요

XBRL 시스템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보다 강화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단순히 형식적 오류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표준 준수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기업 지원 측면에서는 XBRL 작성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소형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 기술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역량 향상을 도모해야 합니다. 또한 XBRL 작성 도구의 사용자 친화성 개선과 자동 검증 기능 강화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회계 기준과 XBRL 국제표준 간의 정합성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기업들이 보다 쉽게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XBRL은 투명한 재무공시와 데이터 표준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XBRL 시스템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국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기업, 그리고 관련 업계가 함께 노력하여 XBRL 시스템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투자자들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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