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발전 국산화 정책 강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해상풍력 발전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정부는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국산 장비 사용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에너지 자립도 향상을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해상풍력
해상풍력

정부의 해상풍력 국산화 정책 배경과 필요성

태양광 산업에서의 쓴 경험이 해상풍력 정책 변화를 이끌었다. 2010년대 태양광 발전 사업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 시장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대거 유입됐다. 이로 인해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낳았다. 한화큐셀, LG전자 등 주요 국내 업체들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과거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해상풍력은 태양광에 비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국내 조선업과 중공업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국산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상풍력 터빈과 관련 부품들은 대형화, 고도화되는 추세로 단순히 가격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기술집약적 산업이라는 특성도 고려됐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국산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핵심 에너지 인프라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상풍력 국산 우대 정책의 주요 내용과 추진 방향

정부가 발표한 해상풍력 국산 우대 정책은 다층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먼저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과정에서 국산 장비 사용 비율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사업자가 터빈,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등 주요 구성품에서 국산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할 경우 인허가 과정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금융 지원 방면에서도 국산화율에 따른 차등 지원이 도입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개발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국산 장비 사용 비율이 높은 사업에 대해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업 초기 자금 조달 부담을 줄여 국산 장비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도 병행된다. 정부는 해상풍력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R&D 사업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대형 해상풍력 터빈,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와 향후 전망

이번 정책 변화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조선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과 설치선박 제조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조선업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이 이미 해상풍력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공업과 철강업계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 터빈 타워와 각종 부품 제조에 필요한 고강도 강재와 정밀 가공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다.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등은 이미 풍력 터빈 제조 사업에 진출해 있어 정책 혜택을 직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력 관련 산업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전망이다. LS전선, 대한전선 등 케이블 업체들은 해상풍력 전용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한 해상풍력 발전소 운영·정비(O&M) 서비스 분야에서도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도한 국산화 정책이 초기 사업비를 증가시켜 해상풍력 발전 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국제 통상 마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주요 해상풍력 기술 보유국들과의 협력 관계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산 장비의 품질과 기술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보호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 향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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